저자소개: 스티븐 레빗 (Steven D. Levitt), 스티븐 더브너 (Stephen J. Dubner)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은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t)과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Stephen J. Dubner)가 함께 쓴 책이다. 레빗은 전통적인 경제학자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창의적인 질문과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으로 유명하며 경제학이 단순히 돈과 시장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입증해 왔다. 반면 더브너는 문학적 감각과 대중적인 언어 구사에 능한 저널리스트로서, 레빗의 독특한 연구 결과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둘의 협업은 학문과 대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괴짜경제학이라는 신선한 교양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슈퍼 괴짜경제학’ 등 후속작을 통해 계속해서 대중과의 지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줄거리: 괴짜경제학
『괴짜경제학』은 제목에서부터 전통적인 경제학 책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이론이나 공식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미처 의문을 가지지 못했던 질문들을 경제학의 도구로 분석하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수영 강사보다 마약 판매상이 더 위험한 직업일까?”, “공부 잘하는 아이는 어떤 이름을 가질까?”, “범죄율 감소와 낙태 합법화 사이에 연관이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 책 전반을 이끌어간다.
책은 여섯 개의 주요 장으로 구성되며, 각각이 하나의 독립된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인센티브와 인간 행동의 관계를 중심으로 교사들이 시험 결과를 조작하는 사례, 수험생이 원하는 점수를 받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마약 조직의 경제학을 다루는데, 겉으로는 돈이 많아 보이는 마약 판매상들이 실상은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수입을 올리며 조직의 ‘꼬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부정행위를 추적하는 방법을 보여주며, 일본 스모 선수의 경기 결과를 분석하여 그 이면의 암묵적 담합을 밝혀낸다.
네 번째 장은 책 전체에서 가장 논쟁적이며, 이 책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1990년대 미국에서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를 여러 이론들과 비교한 끝에, 실제로는 1973년 미국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즉 낙태 합법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책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토론을 촉발했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성적이나 삶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이름이 개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데이터를 소개한다. ‘잘사는 집 아이들의 이름이 나중에 사회에서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름 그 자체보다 이름이 지어지는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느낀 점:
『괴짜경제학』은 기존 경제학 책들과 확실히 다른 궤도를 걷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수많은 책들이 이미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집중하는 반면, 이 책은 “왜 그 질문을 했는가?”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둔다. 저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제를 해체하고, 그 밑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동기, 사회 구조를 끄집어낸다. 예컨대, 마약 판매상이 실제로는 경제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분석은, 겉으로 보이는 사회적 이미지와 실제 삶 사이의 괴리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다른책과 다르다고 느꼈다. 저자들은 데이터를 단순히 숫자로 취급하지 않고,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인간의 행동을 해석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특히 교사들의 성적 조작 문제나 일본 스모계의 담합 사례처럼, 도덕적 회색지대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 책은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붙든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그것을 설명하려는 경제학의 날카로움을 동시에 체험하게 됐다.
낙태와 범죄율 감소의 인과관계에 대한 분석은 분명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다.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며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저자들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철저한 데이터와 비교 분석을 통해 주장을 구성하며, 논리적인 설득력과 윤리적인 숙고를 동시에 요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괴짜경제학』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책이 아니라,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는 지적 자극제 역할을 했다.
이 책은 특정 주제에 대한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이 중요한가’, ‘통념을 의심하고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시대를 넘어 꾸준히 읽히는 이유일 것이고,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괴짜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 책과 전혀 다른 접근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수작이다. 경제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간 행동과 사회 구조를 분석하고, 예상 밖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학 입문서도 아니고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안내서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사고방식의 전환, 통념에 대한 도전, 그리고 데이터에 기반한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생각법’ 책이다.
저자들이 강조하듯,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아느냐보다 어떠한 질문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도 단지 호기심에 의한 질문이 아니라, 구조적 맥락과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곧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세상을 좀 더 깊이, 다르게, 날카롭게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단연코 권할 만하다. 단순한 호기심이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 경험, 그것이 괴짜경제학이 선사하는 가장 큰 가치다.